바투미에서는 뉴 빌딩에서 살았지만 지금 쿠타이시에서 살고 있는 집은 구소련 시대에 지어졌을 법한 올드 빌딩이라고 불리는 5층짜리 아파트다. 쿠타이시가 여름에는 정말 덥고 겨울에는 미친 듯이 춥다더니 우리 집은 그나마 단열이 잘되어 있나 보다. 꼭대기 층에 살고 에어컨도 없는 집인데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한여름에도 창문 열고 가끔씩 손풍기 쓰며 나름 잘 지냈다. 새시와 벽면 틈새로 바람이 조금씩 들어오긴 하지만 11월까지는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반팔을 입고 있을 정도였으니. 집 내부 단열만 보면 바투미에서 지냈던 집보다 지금 집이 월등히 좋다. 바투미 집은 정말.. 건물이 좋으면 뭐 하냐고. 가을에도 집안에서 입김이 났는데;;
이렇게 단열이 잘 되는 집이라고 해도 겨울인데 난방 기구도 없이 안 추운 건 아니다. 며칠 전 그동안 잘 쓰던 전기장판이 새벽에 고장 났다. 온도 조절기에 전원은 들어오는데 장판의 열이 식었고 전자파 소리도 안 났다. 검색해 보니 전선이 끊어졌을 수도 있다고, 아니면 전선을 다시 연결해 보래서 인두기까지 사 왔다. 연결부를 열어보니 전선은 안 끊어졌지만 끊어내고 다시 연결해 봤다. 그래도 작동을 안 했다. 6년 정도 썼으니 오래 쓰긴 썼지만 하필 이 겨울에 이렇게 보낼 줄이야. 가지고 있던 전기방석도 켜봤지만 미지근하기만 하고 작년처럼 뜨겁진 않다. 얘도 보내줘야 되나 보다.
그러다 방에 있는 가스히터가 눈에 들어왔다. 방이 작기도 하고 외풍이 조금씩 들어와서 주로 거실이나 부엌을 썼는데 방에만 히터가 있다. 일전에 바투미에서는 겨울이면 공과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오곤 했었는데 나도 많이 나올까 봐 겁이 나긴 했다. 어차피 밤에 잘 때만 틀거지만. 집 공기가 찬 편은 아니어서 보통은 부엌 탁자에 앉아 물주머니 하나 껴안고 시간을 보낸다.
새벽에는 쌀쌀해져서 뭔가가 더 필요하다. 조지아에서는 가스히터를 카르마(Karma)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집을 임대한다는 글을 보면 카르마가 있다고 적어 놓기도 한다. 찾아보니 카르마는 가스히터 브랜드로 복사를 제록스(Xerox)라고 부르듯이 브랜드 이름이 히터를 나타내는 것으로 굳혀진 게 아닐까.
가스히터 사용하는 법
가스히터는 방에 설치된 본체와 벽 외부에 설치된 연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있는 건 아닌가 했는데 외부로 연결된 연통이 있어서 그럴 위험은 적은 것 같다. 그래도 부엌이나 거실에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가스 냄새가 조금 난다.
히터를 켜는 방법은 간단하다. 보통 버튼이 2개 있는데 1번은 다이얼 형식의 버튼이다. 1번 버튼의 점화 그림을 2번 버튼 아래의 선에 맞추고 1번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2번 버튼을 꾹 누른다. 불이 켜지지 않으면 다시 한번 2번 버튼을 누르면 된다. 불이 켜지면 불이 확실히 붙도록 두 버튼을 3~5초 정도 더 누르고 있는다. 히터가 켜지면 본체 가운데에서 조금 아래 부분에 가스 불이 켜진 게 보인다. 가스레인지를 켜는 것과 같은 원리다.
히터는 1~7 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는데 1이 제일 낮고 7이 제일 높다. 다이얼을 왼쪽으로 돌려 1~7까지 원하는 단계를 설정하면 된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가스불이 커지는 게 보인다. 확실히 히터 하나 켰다고 온기가 다르다.
그런데 단점도 있다. 히터를 4단계로 맞춰놔도 온도 센서가 있는 건지 어느 순간 1단계로 낮춰졌다가 좀 추워진다 싶으면 다시 4단계로 불이 붙는다. 이렇게 바뀔 때마다 히터에서 땅땅땅, 따따따따따따 소리가 나는 건 덤. 우리 집 히터만 이런 건가. 히터만 틀면 추울 걱정 없이 따뜻할 줄 알았는데 '와, 따뜻하다'보다는 '춥진 않네' 정도의 따뜻함? 거실이나 부엌과 비교하면 따뜻한 건 맞는데 잘 때는 히터 단계가 몇 번씩 자동으로 바뀌는 바람에 새벽에는 방안 공기가 차갑게 느껴질 때도 있다. 끄면 껐다고 또 바로 추워진다.
소리때문에 따뜻함을 얻고 숙면을 잃었다.
히터를 끌 때는 1번 다이얼을 정지 그림에 맞추어 돌리면 불꽃이 꺼진다. 불꽃이 완전히 꺼지고 히터에서도 소리가 안 나는지 확인하면 끝.
점화, 정지 버튼이 따로 있는 가스히터도 있던데 이것도 동일하게 점화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맨 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될 것 같다.
가스계량기 확인하는 법
조지아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 공과금이 저렴한 편인 듯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남은 겨울 동안 가스히터를 사용할 예정이니 가스 요금이 어느 정도 나올지 찾아봤다. 이 아파트는 특이하게 전기 계량기는 각 동마다 1층에 설치되어 있지만 가스계량기는 집안에 설치되어 있다. 우리 집에는 부엌 찬장에 숨겨져 있으니 다른 집도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매월 26일 늦은 오후나 저녁이 되면 가스 회사 직원이 문을 두드린다. 옆집은 계량기에 보이는 숫자를 불러주는 것 같던데 나는 직원 폰을 받아 우리 집 계량기 사진을 찍어서 건네준다. 그러면 직원이 사진을 보고 노트에 적는다.
직원이 방문했을 때 내가 집에 없으면 직원이 며칠 후에 다시 오기도 하지만 그다음 달에 와서 계량기 사진을 찍고 두 달치 가스비를 내기도 한다.
가스계량기를 보는 법은 한국과 같다. 계량기에서 빨간 부분에 있는 숫자는 무시하고 앞에 검은색 부분의 숫자만 보면 된다.
가스히터를 3단계로 맞춰 놓고 5~6시간을 틀었더니 계량기의 마지막 숫자가 1이 증가했고 4~5단계를 바꿔가며 8시간 정도 트니 2가 증가했다. 가스를 어느 정도 쓰는지 확인했으니 가스비가 얼마 정도 나올지도 알아봤다.
가스비 단가를 올렸다 내렸다 하던데 가스 공급 회사는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인 SOCAR이다. 홈페이지에서 서비스 지역과 단가를 알 수 있다.
Tariff | SOCARGAS.GE - SOCAR Georgia Gas
www.socargas.ge
회사 홈페이지의 요금 페이지에서 지역을 입력하면 지역별로 단가를 확인할 수 있다. m³당 56.99 테트리라고 하니 1라리도 안된다. 밤에만 틀 거니까 걱정했던 것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정말 추운 날은 7단계로 틀어볼까. 밤새 틀면 가스비 폭탄 맞는다는 글도 있던데. 아무튼 가스 단가가 맞다면 다음 달 가스비는 많아봐야 50라리 내외가 될 텐데 한 번 보자 얼마나 나올지.
'조지아 > 쿠타이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2월달 가스요금 확인 (2) | 2024.03.01 |
---|---|
노트북 키캡 교체하기(feat. 알리 익스프레스) (0) | 2024.02.09 |
일상ㅣ1월, 새로운 곳에서 운동하기(feat. 헬스장) (4) | 2024.01.22 |
쿠타이시에서 보낸 새해 (6) | 2024.01.05 |
폰 사려고 매장을 3군데나 방문하다(feat. 놀라운 직원 응대) (2) | 2023.12.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