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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쿠타이시

단편영화제를 보러가다(feat. Kutaisi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

by 지도 보는 코끼리 2023. 10. 2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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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쿠타이시의 유일한 영화관이었지만 지금은 폐관한 Sakartvelo Cinema에서 국제단편영화제가 열렸다. 20일과 25일은 개막식과 폐막식이 주요 행사였고 21일부터 24일까지 영화를 상영했다. 이제 3회째이며 메인 캐릭터가 공룡인 영화제이다. 매년 10월에 하나보다.

 

 

 

쿠타이시로 이사를 왔을 때는 이미 폐관한 후여서 쿠타이시에서는 영화관이 있는 건물에 가도 옷가게와 미니소만 구경했지 영화관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 본 적은 없었다. 영화관도 가보고 싶었고 영화도 보고 싶어서 영화제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0월 초에 상영 일정이 올라왔을 때는 나름 뭘 볼까 고민도 하고. 고민이 무색하게 개막식과 폐막식을 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가서 영화를 봤다. 예매 사이트가 안 보여서 현장 예매인가 했는데 막상 가보니 무료였다.

 

 

대체로 단편영화 여러 편을 묶어 상영했는데 오전에 상영한 걸 저녁에 재상영하거나 다른 날 재상영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영화를 다 볼 수 있는 일정은 아니었다. 한국 작품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의 작품도 여러 편 있었다.

 

오전 11시에 첫 영화를 상영하는데 오전에 사람이 적길래 이 영화제는 인기가 없나 보다 하고 속단했다가 마지막 시간대인 저녁 7시에 갔더니 인기 있는 영화였는지 두 상영관이 거의 만석이어서 그다음부터는 출근하듯 오전 11시에 가서 영화를 보고 오후에 기존 일정에 없던 특별 상영작이 있으면 그것까지만 봤다. 

 

 

나중에는 전시한 사진이 더 많아졌다. 건물 외부에도, 도시 곳곳에도 홍보물이 많이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쿠타이시 영화관은 상영관이 총 4관이었고 바투미 영화관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좌석 앞뒤 간격이 넓었고 좌석도 편했다. 코로나로 타격이 심했었나. 더 이상 운영을 안 하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다. 다시 개관하면 좋을 텐데.

 

 

여느 영화관처럼 팝콘과 음료수를 파는 곳도 있는데 딱히 이렇다 할 메뉴는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었다.

 

 

영화제답게 작지만 레드카펫도 있었고 유명인이 오면 인터뷰도 하고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도 사진을 찍었다. 영화 상영 중에 플래시 터트려가며.

 

 

 

의외였던 건 영화관인데 화장실이 유료라는 거. 1라리. 동전을 넣어도 되고 카드로 결제해도 된다. 폐관 후에 이렇게 바뀐 걸까 원래 유료였을까.

 

쿠타이시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었던 기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었나 싶기도 한 그런 영화제였다. 저녁 시간대에 비해 오전에는 관객이 적었지만 어느 시간대의 영화든 제시간에 시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어떤 영화는 상영 일정보다 1시간도 더 지난 후에 시작했다. 덕분에 다른 영화 감상 후 그 영화를 처음부터 볼 수 있긴 했지만 그 영화를 보려고 기다렸던 사람들은 시간 낭비.

 

11시 영화에 나를 포함해 관객이 2명이었을 때는 사람들이 더 올 때까지 기다렸다. 영화제 운영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에게 언제 영화가 시작하는지 물으니 사람들이 더 오면 시작할 거라고. 곧 시작하길 바란다고;; 다른 날 11시 영화에서는 일반 관객들이 전 날보다 더 많았다. 11시 전에 10여 명이 모여 있었으니. 그러나 당연하다는 듯이 11시가 조금 넘어서야 상영관 문이 열렸고 일반 관객과 일부 관계자 목걸이를 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관객이 많은데도 영화는 시작하지 않았고 참다못한 누군가가 밖으로 나가 짜증을 내며 항의했다. 언제 시작하냐고 물은 듯. 결국 좀 더 기다렸는데 그때서야 그들만의 리그인 걸 알아차렸다. 영화는 관객을 기다린 게 아니라 관계자 목걸이를 걸고 있는 사람들을 기다린 걸. 늦게 온 몇몇은 여유롭게 커피를 들고 천천히 걸어와 앞쪽 가운데에 앉았고 누구는 물을 요구했다. 스태프가 물을 가져와 건네주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 온 걸 확인한 후에야 불이 꺼졌다. 한 번만 이런 게 아니라 내가 관람한 대부분의 영화가 이런 식이다 보니 한 번도 제시간에 시작한 적이 없었다. 

 

3회째면 기본적인 운영상의 미숙함을 수정할 만큼은 될 텐데 영화가 시작돼도 5분쯤 지나서야 스태프가 와서 불을 끄기도 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사이드 조명을 끄러 스태프가 들어오기도 했다. 심지어 한창 상영 중인데도 사람들이 계속 문을 열고 들어온다. 목걸이를 걸고 있는 사람들도. 어떤 때는 정말 열 번도 넘게 계속 문이 열림. 들어왔다가 쓱 둘러보고 나가기도 하고, 상영 중인데 고개도 안 숙이고 스크린 앞을 걸어서 빈자리를 찾아가고.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계속 전화가 오면 나가서 받을 법도 한데 전화 올 때마다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고 그냥 받음. 이것도 한 명만 이런 게 아니었다. 

 

제일 어이없는 건 불이 꺼진 상영관에서, 그것도 영화 상영 중에 스태프가 플래시를 터트려가며 영화 관람 중인 관객들 사진을 찍는 거였다. 앞에서 팡, 뒤에서 팡, 옆에서 팡, 스크린도 팡. 한 두장도 아니고 몇 장씩 여기저기서 찍는다. 누구는 필름 카메라로 계속 찰칵찰칵.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어김없이 그날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사진 촬영 금지라고 안내 영상에도 표시되어 있는데 영화제 운영자가 안 지키네. 운영자가 이러니 관객들도 에티켓을 무시하나 싶다.

 

 

 

야외 상영은 너무한다 싶을 정도였다.  페이스북에 야외 상영 일정이 올라왔길래 봤더니 의자를 가져오라고 적혀 있었다. 의자? 돗자리나 담요가 아니라 의자라고? 잘못 적었나 했는데 와... 진짜 의자를 가져오라는 거였음. 난 혹시나 하는 맘에 돗자리를 챙겼는데 꺼내지도 않고 그대로 가져옴.

 

쿠타이시 공원도 있고 와인 축제했던 바로 옆 길거리도 있는데 굳이 스크린을 분수대 앞에? 대형 스크린도 아니고 가정용 스크린? 후원사도 많던데 돈 좀 쓰지. 영어 자막이 나왔지만 폰트가 작아서 뒤에서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바투미와는 너무 비교되는 규모다. 스크린 주위에 있던 청소년들과 아저씨들은 영화가 목적이 아니었고 분수대 주위에 테이블과 의자가 몇 개씩 놓여있었지만 모여있는 사람들에 비해 너무 적었다. 서서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처럼 조금 보다가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밤 8시 40분인데 정류장에 사람도 없고 버스 전광판도 꺼져 있었다는 거. 앱을 봤더니 다음 차가 오전 7 시대로 떴다. 싸한 느낌에 서둘러서 시장 앞 정류장으로 갔다.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지난번처럼 택시를 기다리는 건지, 버스를 기다리는 건지 몰랐다. 다행히 잠시 후에 버스 2대가 오는 걸 보고 아직 막차는 안 지나갔겠구나 싶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왔지만 다른 정류장에 서서 '아.. 놓쳤다.' 했는데 계속 정차해 있길래 급하게 그리로 가서 버스를 탔다. 몇 분 더 기다리다 9시가 되니 바로 출발.

 

조지아 제2의 도시라면서 교통이 참.. 마르슈카는 8시가 막차인 걸로 아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12년째 쿠타이시 도심에서 쿠타이시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며 뉴스에도 나오던데 택시만 늘리네. 올해에는 쿠타이시 공항으로 가는 버스 노선을 만들겠다고 공약까지 한 모양이던데 버스 대신 택시가 생겼다며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하더니 대중교통 시간이라도 좀 어떻게 해주라. 관광 도시만 외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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