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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쿠타이시

일상ㅣ광견병 백신 2차 접종, 야외 콘서트 구경

by 지도 보는 코끼리 2023. 6. 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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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한테 물려서 응급실을 다녀온 후 며칠이 지났다. 2차 접종일. 병원 운영 시간에 가면 되니 응급실에 안 가도 된다. 산책 겸 걸어서 갔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나 걸어가는 시간이나. 

 

병원

병원에 들어서면 왼편에 창구가 몇 개 있고 사람들이 서 있는 게 보인다. 창구로 가서 백신 접종 종이를 보여주니 백신 맞으러 왔냐고 영어도 하고 친절했다. 그 창구 직원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의사소통에 문제없이 잘했다. 여권도 주고 일반 진료라 그런지 파일도 다시 만들고. 새로 만든 파일을 건네주며 진료실에 들어가면 의료진에게 주라고 했다. 

 

 

접종 확인증접종 확인증
병원 파일

 

접수도 금방 끝났고 내 앞에 대기자는 2명이었는데 1시간을 기다렸다;; 환자 1명당 진료 시간이 길다. 병원비가 비싸서 그런 건가. 이제 내 차례인데 의사가 진료실에서 나와 대기자들을 보더니 나보다 늦게 온 사람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그 사람이 내가 먼저 왔다고 했는데도. 그렇게 좀 더 대기하다가 들어갔다. 

 

진료실에는 의사와 간호사 책상이 하나씩 있었고 의사는 진료를 간호사는 서류를 보며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었다. 의사는 눈길도 안 주고. 난 파일 건네주고 먼저 들어간 사람 진료하는 거 구경. 이럴 거면 그냥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지. 그렇게 몇 분이 흘렀고 갑자기 간호사가 나한테 오더니 주사를 놓고는 끝났다고 가란다. 네? 이럴 거면 1시간 안 기다려도 됐잖아요. 내 차례에 들어왔어도 됐잖아요. 

 

진료실을 나와 영어 잘 하는 창구 직원에게 물었다. 1시간 기다리다가 주사만 맞고 나왔는데 원래 이런 거냐고. 직원에게 의사가 나보다 늦게 온 사람한테는 이것저것 물으면서 진료하던데 내 상처는 보지도 않고 난 주사만 맞았다고 했다. 직원이 순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응급실 갔을 때 의사가 다 설명해 주지 않았냐고, 그래서 더 설명할 게 없어서 그렇다고. 읭?

 

지난밤까지 계속 두통이 있었고 체온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고, 이건 누구한테 말하면 되냐니 표정이 변했다. 백신 맞으면 이런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광견병 백신은 처음이니까 물어봤다. 사뭇 심각해진 직원이 다른 데스크에 있던 좀 더 나이가 있는 직원에게 가서 말을 한다. 그 직원도 덩달아 표정 변하고. 직원이 말하길 의료진이 영어를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지금 다시 같이 들어가자고 해서 다시 들어감. 

 

영어 잘하는 직원이 통역. 그런데 직원이 의사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간호사와 얘기를 한다. 간호사에게 증상을 말하니 백신 맞아서 그럴 수 있다고 접종 종이 뒷면에 약국에서 사라고 약을 하나 써준다(간호사가 하루만 먹으면 된댔는데 약국에서는 하루치 달라니까 어이없어함).

 

의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간호사가 바로 종이에 적음. 와.. 여기도 간호법이 있는 건가. 응급실에서 의사가 면역 글로불린도 말했는데 2차 접종 때 말하라고 했다니까 직원이 심각하게 물린 거 아니면 안 맞아도 된단다. 그래서 못 맞음. 드레싱 따위 없음. 

 

진료실을 나오니 직원이 다음에는 오후 2시쯤에 오란다. 오전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되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적다고. 난 오후에 더 몰릴 줄 알고 오전에 갔는데 오후 2시 기억할게요. 그리고 다음에는 통역해 줄 테니 부르라고. 이런 고마운 직원 같으니라고. 승승장구하세요! 그런데 계속 두통이 있는 거 아니면 3차부터는 주사만 맞아도 될 듯. 다음에는 제발 다른 의사가 있길 바라지만 그럴 리가.. 

 

숲 콘서트
숲 콘서트

 

저녁에는 근처 숲에서 무료 야외 콘서트가 있었다. 6시부터 시작이지만 난 느긋하게 7시에 집에서 나섰다. 어차피 버스 타면 20분 정도 거리고 지금쯤이면 콘서트에 가는 사람들도 적겠지 싶었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탈 때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정거장마다 청소년들이 와... 2 정거장쯤 지났을 때는 만차여서 사람들이 못 탔다. 이 버스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숲 근처에는 걸어가는 무리도 많이 보였다. 

 

숲에는 7시 30분쯤 도착했지만 내가 놓친 건지 아직 시작도 안 한 건지 음향 체크 중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공연은 시작할 기미가 안 보여서 숲 안으로 들어가 산책했다. 그런데 공연을 해도 바투미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바투미는 콘서트를 하면 공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여긴 삼삼오오 모여서 친목을 다지는 분위기였다.

 

모인 사람들은 많았지만 청소년들이 많아 보였고 공연을 보기보다는 다들 놀 곳이 없으니 여기 모여서 놀자는 분위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숲을 산책하는 무리들도 적지 않았다. 숲 입구부터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숲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도 서서 숲에서 나오는 애들을 무작위로 잡아 가방 검사를 했다. 마약을 소지했는지 확인하는 건가. 

 

숲
숲
숲

 

 

기대했지만 흥이 나지도 않고 비도 올 것 같아서 숲만 돌아보고 집으로 왔다. 영화관도 폐관이고 바투미처럼 여름이라고 공연이며, 페스티벌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문화생활은 잠시 접어두고 다른 걸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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