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홍합밥이다. 이제는 홍합밥이었다고 과거형으로 바꿔야 하나. 몇 년 전, 처음 터키에 갔을 때는 홍합밥과 터키쉬 딜라이트라고 불리는 로쿰이 먹어보고 싶어서 갔고 그땐 정말 만족했다. 선착장부터 탁심까지 길에서든 식당에서든 홍합밥이 보이면 손부터 펴고 봤다. 5개.
이번에도 홍합밥을 제일 먼저 먹었지만 예전만 못했고 후추 맛이 많이 나는 곳도 있었다. 큰 감자에 치즈를 포함해 여러 토핑을 얹어 먹는 쿰피르도 엄청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그냥저냥. 감자에 치즈랑 이것저것 올려 먹는, 누구나 다 예상 가능한 그런 맛. 케밥도 그저 그랬고. 양고기 누린내는 상상 이상이었고. 치킨은 퍽퍽했고. 터키에서 먹은 음식들이 대부분 다 이랬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어디서 뭘 먹어도 맛있지는 않은.
심지어 소금 뿌리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솔트배의 누스렛 스테이크 하우스도 고기는 부드러웠지만 감탄할 만한 맛은 아니었다. 금액도 비싼데 누린내 나고 고기가 질기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 싶다. 심지어 본점이라고 찾아간 곳은 사람이 적은 점심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처음 자리에 앉을 때와 음식이 나올 때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차를 마시겠냐고 물을 때만 직원들이 왔다.
보통 해외의 비싼 레스토랑에서는 사람들이 적을 때 먹기만 하면 될 정도로 접시가 비워질 때쯤이면 계속 음식도 덜어주고 식당 구경한다고 두리번거리기만 해도 다가와서 뭐 더 필요한 거 있냐고 묻던데. 내가 가본 곳들만 그랬나 보다. 담당 직원은 테이블 옆을 몇 번이나 지나가도 쳐다도 안 보고. 둘러보니 다른 직원들도, 다른 테이블도, 한 명이 앉아 있어도, 가족이나 단체가 앉아 있어도 별반 다를 거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프탈렌 냄새가 나는 고급 레스토랑도 처음이고. 세면대에 나프탈렌이..
일부 규모가 큰 까르푸에서 고기나 해산물을 사면 무료로 구워준다는 글이 있어 그나마 가까운 곳에 위치한 까르푸로 갔다. 환승에 환승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도착. 돌아올 때도 쉽진 않았다.
육류와 해산물 코너 옆에 푸드코트 같은 곳이 있었는데 고기나 생선 등을 구입하고 계산을 마친 후 여기에 건네주면 그릴에 구워준다.
역시 마트에서 파는 고기는 신선했다. 해산물은 신선도가 좀 떨어지는 것도 있었는데 괜찮아 보이는 걸로 골랐다. 해산물을 골라 직원에게 건네주면 무게를 달고 먹고 갈 건지 묻는다. 그릴? 그릴!
해당 코너에서 고기와 생선을 고르고 옆에 있는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쳤다. 앞에 서 있던 아저씨는 캐셔한테서 물티슈도 받던데 유료인지는 모르겠다.
조리 코너에 전달하면 그릴에서 구워준다.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이 샐러드나 다른 음식들도 그릇에 담아 오는데 이건 다 유료다.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계산대에서 계산하라고. 그릴에 구워주는 것만 무료인 듯.
번호표를 받아 들고 내 번호가 뜨면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주고 상담을 시작하듯 번호표를 주고 음식을 받아 오면 된다.
하루 종일 그릴을 담당하시는지 정말 잘 구우셨다. 양고기에 비해 생선구이가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양고기 누린내도 거의 없었고 생선구이에서 양고기 냄새가 약하게 난 것 말고는 맛있게 잘 먹었다. 대형 까르푸 두 곳을 갔지만 교통이 불편해 택시를 안 타면 버스나 전철역에서 걷고 또 걸어야 되거나 택시를 안 탔는데도 교통비가 택시비만큼 들어서 대형 까르푸 근처에 숙소가 있는 게 아니라면 추천은 못하겠다. 다음에 언젠가 다시 간다면 대형 까르푸 근처로 숙소를 잡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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