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한국으로 택배 보내기를 계획했다. 무게는 1Kg 정도. 조지아 우체국 홈페이지에서 EMS 요금을 확인하니 10만 원이 넘는다. 뭐요? 1Kg인데요? 업데이트가 안 됐다면 실제로는 더 나올 수도. 우체국이 이 정도니 사설업체는 더 하겠지. 터키로 눈을 돌렸다. 터키 우체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3만 원 정도였다(다른 항목을 확인해서 실제 금액보다 적었다). 결론은 4만 5천 원 정도 지불했다. 터키 내에서도 DHL, 페덱스 등 사설업체를 확인해 봤지만 너무 비싸서 바로 포기하고 우체국으로 결정.
이젠 육로로 터키 국경을 넘겠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은 없다. 느지막이 오전 11시쯤 나와서 환전도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88번 마르슈카를 타려고 했는데 만차여서 할 수 없이 더 기다렸다가 16번 버스를 탔다. 출발부터 운이 좋았다. 버스에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음 정거장에서 탄 덩치 큰 아저씨와 그다음 정거장에서 탄 덩치 큰 할머니 덕분에 내가 탄 쪽으로는 더 이상 안 타서 조금이나마 여유 공간이 있었다.
내 앞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가 내 택배도 들어주시고 몇 정거장 후에 내리실 때는 택배를 자리에 놓으시며 나 앉으라고 콕 집어서 말해주심. "마들로바(감사합니다)"라고 했더니 시크하게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하차.
[터키] - 바투미ㅣ터키 리제(Rize) 당일치기 여행 1(feat. 사르피 국경 넘기)
12시 전에 사르피 국경 도착. 이미그레이션 구역 안쪽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줄이 금방 줄어들었다. 시스템에 내 여권 정보가 바로 안 뜨는지 경찰이 시답잖은 질문을 하는 동안 옆에서 3~4명이 빠져나갔다.
질문 1 "Where you go? 이스탄불? "
답변 "호파 ^___^"
질문 2 "Living 트빌리시?"
답변 "바투미 ^___^"
질문 3 "김정일 is your president?
답변 ... ㅡㅡ^
이스탄불? 트빌리시? 됐고 김정일까지 아는 아저씨가 내 여권을 보고도 이러는 거면 아저씨도 그냥 있기 뭐 하니까 질문이나 하자 이런 거겠지? 그래야만 해요, 아저씨. 이건 아니잖아요. 이제 포기할 만도 한데 계속 질문하는 아저씨. 그냥 봐도 시간 때우려는 게 보였다.
질문 4 " XX is very good?"
답변 ... ㅡㅡ^
* XX - 아시아 개도국 중 하나, 만료된 비자 보고 질문
안 그래도 조지아 이미그레이션에서는 여권 정보가 늦게 뜨는지 처음 조지아 입국 때부터 지금까지 앞사람들보다 오래 서 있는 편인데 다음에도 이러면 박찬호에 빙의해서 제발 가라고 할 때까지 말할지도 몰라요. 박찬호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게 될 거예요.
그래도 국경 도착 10분 만에 터키 이미그레이션까지 통과하고 흐리던 날씨는 구름이 많긴 했지만 해가 났다.
- 터키 이미그레이션에서 앞에 서 있던 여자는 직원이 여권 사진을 가리키며 본인 맞냐고, 얼굴이 다르다며 입국 거부. 조지아에서는 어떻게 통과된 거지? 그 여자는 본인 여권이 아니었는지, 항변할 수가 없었는지 다시 여권을 받아 들고는 되돌아갔다. 이런 건 또 처음 보네.
터키 쪽 국경으로 나오니 리제, 트라브존으로 가는 택시 호객이 한창이다. 난 혼자에 짐도 없어서 그런지 어디 가냐고 물어보지도 않는다.
어슬렁거리며 모스크를 지나 정류장으로 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한 아저씨가 내쪽을 가리키며 뭐라고 했다. 내 뒤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몇 발자국 더 걸어가니 날 가리키는 거였다. 아저씨 왈 "호파 호파?" "끄덕" 아저씨가 본인 차를 타라며 급하게 차로 돌아갔다. 아저씨만 급하다. 그럴 만도. 내가 타니 바로 출발.
이전에는 국경에서 호파까지 20리라였는데 25리라로 올랐다. 호파 중심가 쪽인 터키 미그로스(Migros) 근처에 있는 우체국으로 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으로 '미그로스'라고 말하면 내려준다.
터키 우체국에서 택배 보내기
돌무쉬 종점 근처에 있는 우체국보다 더 크다. 입구는 골목 쪽에 하나, 반대편 도로변 쪽에 하나 총 2개다. 도로변 쪽에는 ATM이 있는데 가지고 있는 하나은행 체크카드 2개 다 인출이 안 됐다. 돌무쉬 종점 근처 우체국 ATM에서도. 리제에서는 인출했는데 지역마다 다른가.
우체국에 가기 전에 인터넷에서 몇 가지를 확인하고 갔다.
1) 점심시간: 12시 30분 ~ 1시 30분
2) 직원이 택배 내용물 확인
3) 현금 결제
택배를 보내는 창구는 여기 하나다. 저울이 올려져 있는 곳. 다른 사람들처럼 입구에서 번호표를 뽑았는데 번호가 전혀 안 맞음. 알림판에 뜨는 번호는 3천 번대, 4천 번대인데 난 96번;; 눈치껏 바로 가서 줄 섰다.
안에 뭐가 들었냐고 열어보래서 내용물도 보여주니 아저씨가 확인 후에 테이프로 박스를 칭칭 감아줬다. 무게도 재고 여권도 확인하고 보내는 사람 주소도 알려주고. 나는 '사우스 코리아 인터내셔널 EMS'라고 했는데 아저씨는 로컬 터키 국내 편으로 이해해서 시스템에 잘못 입력한 걸 안 건 12시 20분. 아저씨 영어 잘하던데 척만 한 건가.. 라마단이라 배고파서 집중을 못 한 건가..
인터내셔널은 시스템 문제로 1시 30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점심시간 10분 전이라 그런 거 아니죠? 시스템 문제 맞죠?
택배는 우체국에 두겠냐길래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우체국 내 분실 우려 + 나몰라 시전보다는 들고 다니다가 내가 어디 놓고 올까 봐.
요금이 얼마쯤 나오냐고 물어보니 확인해 주셨다. 675리라 정도 나온다고. 혹시나 하고 카드 결제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현금만 된단다. ATM에서 찾아오라고. 아뇨. 리제에서는 됐는데 호파 우체국 ATM에서는 인출이 안 돼요. 바투미에서 환전해 왔어요. 다른 은행은 인출 수수료가 비싸니까.
1시간을 뭐 하나 했는데 마트를 안 가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잘 보냈다. 라마단이라 식당에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조지아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점심 먹는 사람들도 많았고 길에서 차를 마시는 아저씨들도 많았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도 못 마시는 걸로 아는데 터키는 아닌 건가. 그 정도로 엄격하지는 않은가 보다. 택배를 보내고 나서 동네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도 사람들이 식당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점심시간 후에 다시 우체국으로 가니 아저씨가 알아보고는 저울에 택배를 올려놓고 송장을 주셨다. 적으라고. 국내 편과 국외 편은 다른가보다. 아깐 시스템에 직접 입력했잖아요.
보내는 사람 정보에는 애용하는 호파 배대지 주소와 연락처(핸드폰 번호 없어서 배대지 전화번호)를 적고 내용물과 중량, 금액을 기입했다. 어차피 반송되면 배대지를 통해서 바투미로 돌아올 테니. 사인을 해야 될 텐데 송장 종이를 돌려받고도 사인하라는 말이 없어서 "사인?" 했더니 다시 종이를 주면서 맨 아래에(캐릭터 부분) 사인하란다.
고객 보관용 송장 종이와 영수증을 받았는데 영수증에 'Air'가 아닌 'SURFACE'라고 찍혀 있었다. EMS로 보낸다고 말했다, Air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한국은 항공편이 없다고 육로로 간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비행기가 없다뇨.. 'SURFACE'는 배로 가는 건데 잘 도착해야 돼.
비행기로 가면 1주일이 걸리는데 이건 'SURFACE'라서 15일 정도 걸린단다. 와... 배로 가는데 요금이 이만큼 나온다고? 아저씨 영어하면서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거 아니죠? 그런 거예요? 여권 보고도 Democratic of Korea냐, Republic of Korea냐 물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나.. 터키 유심을 하나 사서 번역기 앱을 돌려야 되나..
이제 끝난 건가 싶었는데 아저씨가 택배를 우체국 비닐 봉투에 넣는다. 이런 줄도 모르고 상자에 한국어로 주소 적었는데.. 상자가 꽉 껴서 안 들어가는데 굳이 넣겠다고.. 안 들어간다고 말했더니 큰 봉투를 보여주며 사겠냐고 한다. 4리라밖에 안 한다고. 일반 봉투는 무료고 큰 봉투는 유료인가 보다. 네 살게요. 큰 봉투에 넣어 주세요.
이미 보냈으니 기다려보자.
간략 후기
배로 갔는지 비행기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1주일만에 무사히 한국 도착!! 우체국 봉투가 크긴 컸는지 우체국 아저씨가 추가로 테이프를 감았나 보다.
터키 우체국 사이트에서도 배송 조회가 가능하지만 한국 우체국 사이트에서도 조회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관할지 도착 후 주말이라 월요일에 배송됐음.
기록 정리
1. 터키 우체국 영업시간
- 월 ~ 금요일 근무. 일부 지점은 토요일에도 근무.
- 8:30 ~ 12:30, 13:30 ~ 17: 30
2. 택배 보낼 때 확인/지참할 것
- 여권
- 현지(터키, 한국) 주소 및 연락처
- 현금(카드 안됨. 현금 결제만 가능)
- 직원이 내용물 확인 후 택배 접수
3. 택배는 EMS 요청
- EMS: 국제 특송, Air: 항공편(비행기), Surface: 선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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