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터키

어제 저녁, 이스탄불에서 돌아온 후기(feat. 비싸진 터키 물가)

by 지도 보는 코끼리 2023. 8. 17. 18:29

 

몇 년 전에 터키 여행을 했을 때 2주 동안 이스탄불과 카파도키아, 페티예를 갔었다. 그땐 터키 리라 환율 폭락 전이었으며, 물가도 싸서 '이 정도면 싼데?', '물가 괜찮은데?' 했었다. 그런데 8월 들어 쿠타이시가 더워져 피신 겸 여행으로 간 이스탄불은 환율만 폭락했지 마트에서만 조금 싸다고 생각했을 뿐 여행 물가는 비쌌다. 

 

이스탄불에서만 8박 9일을 지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음부터는 이 돈으로 터키 여행할 바엔 돈 좀 더  쓰고 체코나 동유럽에 가겠다. 예상보다 물가는 비쌌고 돈을 낸 거에 비해 음식이나 서비스 등은 별로여서 만족도가 낮았다.

 

둘러볼만한 관광지 입장료는 몇 만 원씩하고 대중교통 요금은 저렴하겠지 했지만 8월 11일을 기점으로 교통비가 인상됐다. 8월 14일에는 택시비 기본요금도 인상됐고 교통카드도 50리라에서 70리라로 인상됐다. 9.9리라 하던 전철이 15리라가 됐을 때 뭐가 잘못된 건가 했다. 해외 카드로도 이용할 수 있는데 교통카드로 15리라 찍히던 게 해외 카드로는 30리라 찍혔을 때 이건 또 뭔가 했다. 해외 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요금이 2배로 나가는 듯.

 

이스탄불 전철 중 B1 라인을 탄 적이 있는데 이건 해저를 지나서 그런지 훨씬 비싸다. 편도 80리라. 80리라짜리 3회 탑승권 한 번 찍고 나면 잔액이 0이 됨. 3회권인데 B1 라인 한 번 타면 1회권이 돼버림. 심지어 신용 카드 사용도 안 된다고. 8박 9일 동안 2명이 교통카드 포함, 교통비만 600리라 넘게 씀(택시비, B1 라인 제외). 관광지도 4일 정도밖에 안 갔고 하루에 2만 보 내외를 걸었는데 교통비만 이 정도 나오니 나중엔 억울해짐.

 

식당이나 카페도 한국 못지않게 비쌌다. 그나마 구시가지가 좀 더 저렴한 편. 구시가지 중심가와 관광지에서 조금 벗어난, 손님 중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이 대부분인 현지 식당에서 콜라 2개, 현지 음식 2개를 주문했는데 540리라가 나왔다. 신시가지에서 평점 4.9의 터키식 아침식사(카흐발트)는 1인당 300리라로 총 600리라였다. 터키 차와 블랙베리 차가 포함되어 있어서 별도로 음료를 주문하지는 않았다. 평점이 보통 정도인 곳은 200리라 내외였다.

 

문제는 양고기 메뉴가 있는 식당에서는 소고기나 닭고기를 주문해도, 심지어 빵에서도 조금이지만 양고기 맛이 난다는 거. 생선 구이에서도 양고기 맛이 나면 어쩌라는 거죠? 고수도 먹는데 양고기 누린내는 좀 힘들었다. 양고기니까 특유의 누린내가 있겠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 누린내가 별로 안 나는 양고기를 이미 맛봐버려서. 

 

큰 감자에 여러 가지 토핑을 올린 쿰피르는 탁심에서 160리라, 쿰피르 거리에서 190리라 내외로 감자가 예전만큼 크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이 가격에 이렇게 팔면 후기에 별점 3 이하가 수두룩할 듯.

 

저렴하게 먹고 다니려면 싼 걸 사 먹을 수도 있긴 하지만 매 끼니마다 그럴 수는 없으니. 치킨 메뉴를 먹으면 좀 저렴하지만 퍽퍽함을 감수해야 됨. 현지 뷔페식당에서 현지인처럼 밥에 식은 반찬 1~2가지 먹으면 100리라 이하로도 가능하다.

 

길에서 파는 터키 빵 시밋은 10리라, 선착장 인근에서 파는 홍합밥은 제일 큰 거 1개에 8리라. 크기별로 가격이 다르다. 예전에 왔을 때는 홍합밥이 너무 맛있어서 홍합밥이 보일 때마다 사 먹었는데 이번엔 그만큼 맛있지 않았다. 구시가지에서는 홍합밥 10개에 40리라. 크기는 작았다. 

 

8월인데 길에서 군밤을 파는 게 놀라웠지만 구시가지에서는 군밤이 200g에 60리라였는데 신시가지에서는 100리라였고, 구시가지에서 20리라 하던 옥수수가 신시가지에서는 30리라였다. 

 

세계 3대 미식의 나라라는 터키지만 뭘 먹어도 진짜 맛있다도 아니고 '와 맛있다'가 없었다. 그저 어제 먹은 것보다 이게 낫네 정도. 심지어 몇 년 전 터키에서는 체리가 정말 맛있어서 매일 체리를 사 먹었는데 체리마저..

 

스타벅스를 제외한 일반 카페는 한국보다 조금 저렴한 정도. 스타벅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Tall 사이즈가 48리라였는데 신시가지 카페에서는 얼음도 없으면서 일반 아메리카노가 75리라, 95리라였다. 탁심 카페에서 먹은 작은 조각 케이크가 95리라. 물론 더 비싼 조각 케이크도 몇 개 있었음. 어느 스타벅스를 가도 커피가 맛있지 않음.

 

숙박도 좀 애매하다. 동남아에서는 8만 원 대면 부티크 호텔이나 비즈니스호텔급으로 예약할 수 있는데 이스탄불은 막상 체크인해서 보면 방이 너무 작거나 모텔급 정도였다. 성수기라 더 가성비가 안 좋았을 수도. 

코로나 이후로 전 세계 물가가 올랐다지만 터키는 환율 폭락으로 인해 금액대를 유로로 환산해서 책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부 상점에서는 리라 옆에 유로나 달러 금액도 표기해 놨다. 

 

예전에 갔던 이스탄불이 좋아서 다시 간 건데 당분간은 이스탄불 생각도 안 할 듯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