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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쿠타이시

일상ㅣ바투미에서 쿠타이시로 이사하기 - 2

by 지도 보는 코끼리 2023. 5. 2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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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타이시에서 집을 둘러보고 급하게 마르슈카 정류장으로 가니 기사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고마운 아저씨. 바투미에 도착해서 짐도 싸고 청소도 하고 해변 산책로도 한 번 걷고.

 

바투미에서 퇴실하는 날 집주인에게 옷장 문에 달린 경첩 나사가 떨어졌다고 보여주니 괜찮단다. 전날 미리 말해두긴 했지만 걱정 말라고. 이불 커버도 한쪽이 찢어져서 보여줬는데 괜찮다고. 가전제품이 모두 작동하는지 확인한 후에 이상이 없자 보증금을 모두 돌려줬다. 청소비라며 일부 제하고 줄법도 한데. 전기료도 아직 안 나왔는데 이것도 제해야죠. 

 

집주인은 영어를 거의 못 하지만 번역기가 있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고 미국에 있는 형이 영어를 잘해서 형과도 연락을 했다. 뭔가 고장 나거나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면 그날 바로 연락이 왔다. 와서 확인하겠다고. 보고 수리하겠다고. 장마철에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천장에 곰팡이가 생겨서 사진을 보내니 직접 와서 살펴봤다. 위층에 올라갔다 오더니 위층 외부 벽면이 젖었다고. 위층 누수인 것 같다고. 관리인 아저씨도 불러오고. 

 

샤워기 호스에서 물이 샐 때도 동영상을 보냈더니 새 호스를 사서 교체해 줬고 낡은 전기 인덕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말했을 때는 집주인 친구와 네모난 신형 인덕션을 사 와서 교체하느라 밤늦게까지 고생했다. 심지어 400라리짜리. 욕실 워터 히터 호스에서 물이 샐 때도 작업자를 데려와 호스 교체하고. 관리실 문제면 관리실에 연락해서 바로 관리인 보내주고. 관리인이 수리해 주고. 세세한 거라도 말하면 확인해 주고 신경 써줬다. 

 

불편하면서도 편했던 건 열쇠. 성수기가 시작될 때쯤부터는 매월 카드키를 갱신해야 됐었는데 매번 데스크에서 집주인에게 전화해 투숙객이 맞는지 확인했었다. 핸드폰과 스치면서 카드키가 작동을 안 할 때도. 집주인에게 데스크에서 매월 카드키를 갱신하라고 한다고 했더니 마스터키를 건네줌. 복사키 중 하나였을 수도 있지만 잘 썼다. 집주인 잘 만나서 불편함 없이 1년 반 동안 잘 지냈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로 와인을 선물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며 건물 입구까지 짐도 들어주고. 정말 괜찮은 세입자 만나길 바랄게요. 

 

오전 11시 55분에 바투미에서 쿠타이시로 가는 마르슈카를 타고 이동.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기사 아저씨들이 속도를 안 낸다. 덕분에 멀미 없이 안전하게 도착. 

 

주인집 할아버지와 다시 집을 둘러보는데 바투미와는 달리 가구와 가전만 있고 살림살이가 없다. 여기 저기 칠해진 페인트 냄새는 빠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침구도, 옷걸이도, 냄비나 수저도. 찬장과 옷장에 있는 줄 알았는데 보이는 게 다였다. 다시 며느리와 통화하고 결론은 다른 건 제공해 줄 수 있지만 침구는 안된다고. 바투미는 관광지라 다 구비되어 있는지 몰라도 다른 지역은 안 그렇다고. 

 

어쩔 수 없지. 계약을 안 할 것도 아니고. 침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요구했다. 쓰던 거여도 상관없다고. 할아버지한테 필요한 걸 번역해서 문자로 보내니 사 오겠다고 나가셨다. 청소를 하고 나니 할머니와 함께 돌아오셨다. 같이 사러 가셨나 보다. 식기와 수저를 제외하고는 다 새 제품. 빨랫대, 냄비, 프라이팬, 전기 포트까지. 포트 필요하냐길래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전기 포트를 꺼내시더니 커피나 차 마실 때 쓰라고. 

 

작은 볼과 주방세제, 수세미도 사 오셨다. 이건 할머니가 사신 거겠지. 할머니가 부엌에 칼이 없는 걸 아시고는 할아버지 혼내심. 그걸 내가 또 어떻게 눈치껏 알아듣고 나한테 작은 거 있다고 괜찮다고 말함. 할아버지는 조용한 편이신데 할머니는 딱 봐도 사람 좋아 보이는 외향인이시다. 같이 밥 먹겠냐, 지금 침구 사러 같이 가겠냐 하셔서 짐정리를 핑계로 거절했다. 밖에 비 와요. 

 

가시면서 근처 맛집을 알려주셨다. 포장도 된다고. 포장해서 집에서 먹으라고. 뷔페식으로 음식마다 무게별 금액이 다른데 깨끗하고 안 짜고 완전 최고는 아니지만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내가 먹은 거에 비해 비싸 보였다. 맥도널드에 비하면 비싼 것도 아닌데 워낙 외식 물가가 비싸니. 월세를 많이 아꼈으니 나가기 귀찮아도 한 번씩 외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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