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해산물을 사려는데 바투미는 너무 비싸서 터키로 장을 보러 가야겠다 싶었다. 300g짜리 냉동 새우가 15,000원이 넘으면 어떡하죠? 어제 호파에 가려고 알람 맞춰놓고 일찍 일어났는데 귀차니즘과 국경 미어터짐이 꺼려져 시간만 보내다 결국 안 갔다. 다음 주에 또 비 소식이 있고 그다음 주부터는 기온도 뚝 떨어져서 갈 거면 그전에 가야지 했는데. 결국 동기부여를 위해 뭘 살지, 뭘 먹을지 메모도 했다.
오늘도 일찍 깼는데 가기 싫을 만큼 뭉그적거리다 일어났다. 국경만 넘으면 시차도 1시간이나 빠르고, 너무 일찍 가면 배 고픈데 아침 먹을 곳도 없을 거고 마트도 문 안 열었을 거라고. 말도 안 되는 핑계다. 어젯밤에 마트는 8시 30분, 일찍 문 여는 식당은 8시에도 아침 식사가 가능하다는 거 확인했다. 무엇보다 아침을 잘 안 먹는데 아침은 무슨. 버스 타러 가는 길에 바닷가 쪽 구름이 예뻐서 순간 가지 말까 하고 멈췄다가 다시 이동.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있음 내일로 미루는 거랬는데.
바투미에서 터키 호파까지 이동하기
지난번에는 다음엔 꼭 평일에 가야지 했는데 또 주말이다. 다음엔 버스(16번) 타고 가야지 했는데 이번에도 마르슈카(88번)를 탔다.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았길래 한 정거장 내려가다가 버스가 지나가는 바람에 놓쳐서.. 잠시 후에 온 마르슈카 보고 손 흔들었는데 아저씨가 긴가민가했는지 날 지나쳐서 세우는 바람에 도도도 걸어가서 탑승. 국경까지 가는 마르슈카는 그새 2라리로 올랐고 지난번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다.
국경에 도착하니 달라진 게 있었다. 먼저 예전에는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출국장에 있는 사람들이 뒤엉켜 여긴 어디? 난 누구? 였는데 이번에는 출국장 입구를 통제하고 있었다. 직원이 내부를 보면서 조금씩 사람들을 들여보냈다 멈춰 세웠다를 반복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터키 입국장은 난리도 아니겠다 싶었는데 막상 위층에 도착하니 줄 서 있는 사람이 10명도 채 되지 않아 조지아 출국장에 들어서서 터키 입국장을 나오기까지 10분도 안 걸린 듯하다. 그런데 터키에서 돌아올 때 엄청난 인파에 휩쓸림.
그리고 지난번에는 국경 건물을 나오면 바로 돌무쉬가 많이 보이고 거기에서 호파나 인근 도시로 가던데 이번에는 택시와 트라브존으로 가는 버스, 일반 차량만 있었다. 호파, 리제로 가는 돌무쉬는 모스크를 지나면 나오는 정류장 쪽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호파까지는 20분이 걸렸고 20리라였다. 리제, 트라브존으로 가는 돌무쉬도 모객 중이었다.
호파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내려 달라는 곳에 내려주던데 난 종점(지도 위치)에 내렸다가 올 때도 종점에서 탔다. 까르푸가 종점 인근에 있기도 했고 봐 둔 식당도 그 근처여서.
돌아올 때 보니 종점에서 출발한 돌무쉬는 미그로스 마트 근처에 있는 돌무쉬 정류장에 정차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태웠다.
호파 둘러보기
아침은 잘 안 먹지만 이번에는 케밥 말고 다른 거 먹어보자 싶어서 찾아둔 피데(Pide)를 파는 식당으로 갔다. 피데는 피자 도우를 오븐에 구운 듯한 납작하고 둥글게 생긴 터키 빵인데, 여행자는 피자처럼 도우를 펴고 끝을 만 다음 야채나 고기 등을 올려 오븐에 굽는 터키식 피자 형태의 피데를 더 많이 알고 있을 듯하다. 원형, 타원형의 모양이 있다. 납작한 빵도 피데고 터키식 피자도 피데니까.
할아버지한테 메뉴? 하니까 밖으로 나오라고. 식당 밖에 간판처럼 붙은 사진 중 고르라고. 고기는 소고기 아니면 양고기일 텐데 아직은 양고기의 누린내를 마주할 용기가 조금 더 필요해서 야채가 올라간 사진을 골랐다. 할아버지가 엄지 척 해주심. 그동안 배운 터키어를 여기에서 많이 썼다. 물론 인사말이나 다 합쳐봐야 서너 단어도 안 되는 짧은 문장과 단어가 다였지만. 수업 한 번 하면 외워야 되는 단어가 수십 개씩 되니 하기 싫고, 문법이 헷갈리고 이해가 안 되니 더 하기 싫고 그렇다. 실전으로 익히는 게 답인 듯.
중심가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동네 끄트머리에 있는데 오픈 키친. 와우. 더 놀라운 건 1938년 오픈. 벽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아버지, 할아버지까지 3대가 함께 찍은 사진, 할아버지 부모님 사진 등이 있었다.
고기는 안 들어가겠지 했는데 케밥처럼 고기를 깎아서 야채 위에 뿌리셨다. 구경하고 있는데 계란도 넣겠냐길래 계란 추가. 그런데 진짜 누린내 전혀 없고 토마토소스 없는 피자인데 짜지도 않음. 그렇다고 싱거운 것도 아니고 간이 딱 맞음. 굽는 동안 몇 번이나 꺼냈다 넣었다 하심. 버터가 엄청 들어가던데 버터가 신의 한 수인 건가. 암튼 최고. 계산할 때 70리라를 냈는데 식후에 주문한 짜이는 가격을 안 받으셨다. 제스처로는 할아버지가 산다고.
다음에는 다른 식당에서 카흐발트(kahvaltı) 먹어야지. 카흐발트는 터키어로 아침식사라는 뜻이다. 배울 때는 잘 안 외워졌는데 길에서 보니 바로 떠올랐다. 나 이거 알아. 이래서 현장 학습이 중요한가 보다. 카흐발트에는 백종원이 극찬한 카이막과 꿀이 다른 음식과 함께 한 접시에 나온다.
밥 먹고 마트로 가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생뚱맞은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꼭대기에서 어떤 아저씨가 내려다보고 있고. 보자마자 리스본에서 본 엘리베이터가 떠올랐다. 산타 주스타(이름이 생각 안 나서 찾아봄). 그 엘리베이터도 뜬금없었는데. 주위에 물어보니 타도 된대서 타고 올라감. 엘리베이터는 높지만 꼭대기에만 서서 층수도 0층과 1층만 있다.
엘리베이터 꼭대기에서 바닷가와 호파 양쪽 전경을 볼 수 있는데 뒤를 보니 와.. 집이 부티나. 이 동네에서 중심가로 내려가려면 차를 타고 둘러가야 되니까 '옛다 엘리베이터'하고 설치한 듯한. 리스본에 있는 미니 트램같이 생긴 푸니쿨라처럼. 호파 상공회의소 같은 건물 쪽에 있다.
골목 사이사이로 쉴 수 있는 곳이나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문은 열지 않았지만 안쪽으로 짧은 카페거리 같은 곳도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길래 봤는데 복권 긁는 사람들과 복권 사는 사람들이었다. 리어카 옆에 서 있는 아저씨는 갑자기 나타났는데 군밤 아저씨가 아닌지 타는 냄새 나는데도 신경 안 씀.
중심가 쪽에는 벽화도 꽤나 많았는데 점점 사람들이 많아져서 찍은 건 이것뿐.
구글 사진으로 본 호파는 오래되고 어두운 분위기로 기억됐는데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놀랐다.
육교를 건너면 해안가와 인접해 있는 작은 유원지도 있다. 바이킹도 타고 미니 관람차도 탈 수 있다. 단돈 10리라.
골목길을 지나다 미디예 돌마(홍합밥) 사진이 붙은 작은 식당을 봐서 들어갔더니 안 한단다. 하루 이틀 뒤에 오면 있다고. 미디예 돌마 파는 곳을 찾아서 정말 기쁜데 못 먹어서 발이 안 떨어짐. 몇 달 뒤에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이틀 후라고 하니 더 아쉬움. 너무 아쉬워서 전단지도 받아왔다. 또 호파에 가야 될 이유가 생겼다. 처음 터키 갔을 때 이스탄불에서 제일 많이, 자주 먹은 게 홍합밥이었는데. 이번 겨울에 갈지, 내년 봄에 갈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먹고 싶다 홍합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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