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핸드폰을 돌바닥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액정이 깨졌다. 템퍼드 글라스 필름만 깨진 줄 알았는데 액정 몇 군데가 찍히면서 LCD 패널도 두 군데 깨졌다. 수리하고 보니 다행히 까맣게 완전히 나간 건 아니어서 큰 불편은 없었음. 그런데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잠들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핸드폰 액정이 깨져 있었다. 내가 떨어뜨린 거면 덜 억울하지.
갑자기? 언제? 자다가 어디 눌린 건가.. 어디에 눌린 거지.. 그래서 또 교체. 예전엔 그렇게 떨어뜨려도 액정이 파손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조지아에 와서, 그것도 1년도 안돼서 2번이나 교체하다니 와.. 무슨 액땜이.. 뭐 얼마나 크길래.
나한테 왜 이래. 이러지 마.
핸드폰 액정 파손 시 터치 액정 준비하기
처음 액정이 깨졌을 때 삼성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LG 서비스도 같이 하는지 외부 벽면 하나를 LG가 차지하고 있어서 찾기 쉽다. 구글 평점도 좋다.
그렇게 삼성 서비스 센터를 찾아갔는데 내 폰을 보더니 아시안 모델이어서 여기엔 부품이 없다고 수리를 못 한단다. 내 폰 저가폰. 아..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더니 직원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 읭? 차례 기다릴 때 이 사람도 그냥 있던데 고객 아니었어요? 온라인에서 터치 액정을 주문하란다.
조지아에는 없고 터키 사이트 몇 군데를 검색하던데 터키에도 없단다. 그래서 내가 중국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겠다고, 터치 액정 가져오면 여기에서 수리할 수 있냐고 물으니 외부에서 다른 사람 데리고 와서 고쳐 주겠다고. 100라리 정도라고 했다.
집에 와서 알리 익스프레스를 검색했다. 서비스센터에서 검색했던 대로 폰 모델 + 'LCD sensor glass', 'Touch screen glass'를 검색했다. 빨리 받겠다고 배송료도 10달러 정도 냈는데 한 달도 더 지나서 왔다. 3개 주문함. 그래도 안 깨지고 온 게 어디야. 그동안 사설 폰 수리점도 찾아갔다. 처음엔 필름 교체하는 줄 알았는지 교체 가능하다더니 알리에서 주문한 터치 액정을 가져갔더니 안 된단다. 그러면서 한 곳을 알려줬다. 여기에서 수리 가능하다고.
액정 수리 가능하다고 할 때 20~30라리 부르면 액정 필름을 교체해 준다는 거니 헷갈리면 안 된다.
깨진 액정 교체하기
아저씨가 알려준 매장으로 찾아갔다. 케이블카 타는 곳의 환전 거리 근처다. 바투미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이 근처를 오지 않을까. 여긴 폰 케이스부터 필름, 액세서리, 중고폰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 많다.
근처에는 시계 고치는 가게와 사진관, 복사집도 몇 개 줄지어져 있다. 지나가면서 보면 시계 수리하고 계심.
중고폰 진열대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계단 앞에 있는 문은 사용을 안 하는 듯. 1층에서는 폰, 중고폰,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2층에서는 폰을 수리한다. 아저씨한테 폰 보여줬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건 액정이 없다고. 제가 가져왔어요 아저씨. 가져온 액정을 폰에 대보더니 된다고. 2시간 걸리고 80라리. 2시간 후에 오라는데 피곤했기에 옆에서 기다렸다.
이상한 곳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바로 보이는 장비와 모델별로 부품을 정리해둔 작은 창고에 부품을 사러 오는 사람들. 하나같이 믿음을 주는 것뿐이었는데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면서 작업하는 순간 불안감 엄습. 불안했던 대로 결과물에는 담뱃재로 의심되는 티끌 하나와 버블 하나가 남아있었다. 이것만 빼면 완벽했는데.
그리고 10개월도 안 된 10월, 또 깨져서 다시 교체하러 갔다. 이번에는 가격대를 좀 알아보자 싶어서 몇 군데 더 들렀는데 하나같이 액정 수리는 안 된단다. 그러다 한 곳에서 1명을 알려줬다. 이 거리에서 이 사람을 찾아라. 그 거리에 가서 그 사람을 찾았다. 그런데 가게가 진짜 작다. 구멍가게 수준도 안 되고 4명이 서 있기도 좁은. 폰을 보여줬더니 350라리인데 120라리에 해주겠다고. 비싸다고 했더니 100라리에 해주겠다고. 4시간 걸린다고.
지난번에 갔던 곳이 더 비싸면 여기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딱 봐도 전문적이지 않아 보였다. 지난 1월에 액정을 수리할 때는 아저씨한테 알리에서 구매한 터치 액정을 보여주니 폰 액정에 대고 터치가 맞는지 이리저리 터치해 봤었다. 그런데 이 가게에서는 가격만 흥정하고 이런 건 안 함. 그래서 생각해보겠다 하고 지난번에 갔던 곳으로 다시 갔다.
폰 보여주고 얼마냐니까 2시간 걸리고 100라리. 저번엔 80라리였다는 말도 안 하고 그냥 올랐냐고만 했더니 80라리 달라고. 처음 가면 흥정을 해보는 게 나을 듯 하지만 저번에도 깎아달랬다가 단호하게 안 된대서 80라리 냈었다. 이번에도 터치 액정을 폰에 대고 터치가 되는지 확인해 봤다. 내일 오라고. 그다음 날 폭우가 쏟아지는데 액정 고치겠다고 지난번에 주문하고 남은 액정 하나를 다시 챙겨갔다.
지난번엔 검은 옷 입은 아저씨 혼자 하느라 쉴 새 없이 바빴는데 이번엔 다른 아저씨도 있어서인지 틈틈이 나갔다 오고 프레스 하는 동안 유튜브 보고 시간 보내심.
폭우가 쏟아져 나가지도 못하고 옆에서 기다리는데 얼마 안 돼서 소환. 'problem'이라고. 처음 수리했을 땐 괜찮았는데 그때 붙인 본드를 닦아내는 게 어려운가 보다. 깨끗하게 해도 수리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놀러 온 사람이 영어로 통역해 줌.
그렇게 이번에는 아저씨가 담배도 안 피고 열심히 닦아냈지만 결과물은 처참.. 터치는 되는데 프레스를 2번 해도 버블이 안 없어진다고. 버블 못 없앤다고. 아니면 LCD 패널을 교체해야 되는데 패널이 450라리란다. 아뇨 아저씨. 저가폰 하나 사는 게 더 나아요. 아직 터치 액정이 하나 더 남았지만 다음에 액정이 깨지면 그땐 새 저가폰을 사야겠다.
전면 카메라에 버블이 있어서 좀 뿌옇게 나오지만 이게 어디야. 그냥 쓰면 되지. 터키에 삼성폰 공장 설립한다더니 공장 가동되면 터키나 유럽 전용 저가폰 모델도 생산하지 않을까. 그때까지 액정 안 깨뜨리고 잘 가지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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