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투미에도 공항이 있다. 성수기에는 하루에도 십여 편의 비행기가 도착했다. 성수기가 끝난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섯 편 이상은 있다. 공항이 바닷가 근처에 있어 활주로 끝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바다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활주로가 끝나는 지점의 공항 밖에서 오가는 비행기를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는다.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할 때, 활주로로 착륙할 때 비행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까.
일몰 시간, 특히 성수기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기다린다. 여름에는 바다에서 물놀이하면서도 지나가는 비행기를 볼 수 있다. 나는 보통 오전이나 점심시간쯤에 간다. 저녁엔 춥고 어두워서. 위치는 바투미 메트로 시티몰이 있는 방향으로 계속 가면 된다. 쇼핑몰을 지나 계속 가다 보면 옆에 있던 아파트들도 사라지고 철조망 쳐진 곳이 나오는데 그곳이 공항이다.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돼서 바다도 보고 잠깐 앉아있기도 하고 이리저리 한눈팔면서 가면 금방이다.
오늘따라 구름이 신기했다. 메스티아에서는 물개 모양 구름을 봤는데 오늘은 물고기에 날개가 달린 것 같다. 날치 같지는 않고.
오늘은 아침에 일어났다 다시 잠이 드는 바람에 오후 늦게 갔다. 뭉그적거리다 조금 늦게 출발해서 도착도 전에 착륙하는 비행기를 봤다. 멀리서 봐도 비행기가 낮게 나는 게 보인다.
평소 같았음 발길을 돌렸을 텐데 이륙하는 것도 보겠다고 계속 갔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나 보면 나도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가고 싶어 진다. 'WHERE' 조형물이 보인다면 이제 5~10분 정도만 더 걸으면 된다. 'WHERE'조형물이 세워진 공터에서는 저녁이 되면 공터 사이사이로 낮은 분수가 올라온다. 바닥에 조명이 있어서 색깔도 바뀐다.
도착하니 이미 착륙한 비행기를 본 사람들 중 반 정도는 돌아가는 중이었다. 이륙하는 것도 보려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100여 명 정도 됐다. 줄지어 서 있는 차들도 20여 대나 됐다. 이게 말이 되냐고. 이 비수기에. 전쟁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투미로 왔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푸드트럭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로 인해 성수기 같았다.
해가 지는 바닷가 쪽은 구름이 껴서 일몰이 보이지 않았고 이륙했어야 하는 비행기는 이륙할 시간에도 여전히 게이트 오픈 중이었다. 해가 다 지기도 전에 추워져서 그냥 집에 갈까 하다가 언제 또 저녁에 보러 오겠나 싶어서 기다렸다. 괜히 기다렸다. 보딩 떴을 때 집에 갔어야 했다.
바람도 차고 손도 시리고. 바람이 세게 분 것도 아닌데 초겨울인 것 마냥 추워졌다. 이륙 시간에서 20분쯤 지나자 기다리던 사람들 중 절반 정도가 갔다. 차에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가고. 이러다 괜히 감기 걸리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추웠는데 기다린 김에 더 기다렸다. 결국 비행기는 이륙시간에서 45분쯤 지나서야 눈앞에 나타났다. 이미 어두워져서 불빛과 형체만 보일 뿐이고 사진은 흔들려서 무슨 초사인처럼 나오고. 포기는 빠른데 엉뚱한 데 고집이 있어서 그렇다. 역시 아니다 싶을 땐 빨리 포기하는 게 최고.
비행기 이착륙 보러 가기
공항 활주로가 끝나는 경계지점 외부에서 볼 수 있다.
비행기를 보러 가기 전에 바투미 공항 홈페이지에서 이착륙 일정을 확인한 후에 가는 게 좋다. 이륙 시간에 맞추려면 이륙 시간보다 10~15분 정도 늦게 도착해도 될 것 같고 착륙 시간에 맞추려면 반대로 10~15분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는 게 낫다.
홈페이지에서 이착륙 시간, 연착, 취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게이트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니 비행기 시간이 됐는데도 안 오면 연착이나 취소됐을 수 있으니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늦는 경우 대부분은 게이트를 늦게 열어서 탑승에 비행기 출발까지 늦어지는 듯.
사진은 착륙 편이 좀 더 예쁘게 나온다. 시간이 된다면 이착륙 편이 몰리는 시간대에 가서 맘껏 사진을 찍고 원하는 사진을 고르면 된다. 비행기가 순식간에 지나가므로 멀리서 비행기가 보이면 사진 찍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해변 산책로에도 개가 많지만 여기도 개가 많다. 사나운 개들은 끝까지 달려드니 모자나 버려도 괜찮을만한 뭔가를 던져서 주위를 환기시키고 자리를 떠야 한다. 보통은 순하거나 짖기만 하던데 끈질기게 따라오면서 물려는 개를 만난 적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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