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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메스티아, 우쉬굴리

바투미ㅣ조지아 메스티아(Mestia) 여행 1

by 지도 보는 코끼리 2022. 9. 18. 04:53

2022년 9월 기준

바투미에서 메스티아 가기

 

봄부터 갈까 말까 하던 메스티아에 왔다. 봄엔 비수기라길래, 아직 춥다길래, 여름엔 사람들이 많다길래, 산인데 덥다길래, 이러다 9월이 됐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계속 비 소식이 있어 고민만 하다 더 늦으면 올해엔 정말 안 가겠다 싶어서 갑자기 새벽에 배낭을 쌌다. 알람을 맞춰놨는데 늦잠을 잤다. 귀찮아, 가지 말까 하다가 짐을 챙겨서 나왔다.

 

 

바투미에서 메스티아 가기(feat. 직행 마르슈카)

 

버스를 타고 마르슈카 터미널로 갔다. 버스에서 내리면 주위에 물어보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마르슈카가 많이 주차되어 있다. 이번에도 기사처럼 보이는 아저씨들한테 가서 "주그디디!"라고 말했다(글을 찾아보니 바투미에서 메스티아로 바로 가는 차량은 중간에 주그디디라는 도시에서 차를 바꿔 타라고 하기도 한단다. 주그디디에 내려주는 곳과 메스티아 가는 정류장은 또 다르다고. 그러다 요금을 냈는데 또 내라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아저씨들이 "메스티아?"라고 하길래 처음엔 주그디디 간다고 그 이후에 메스티아 간댔더니 어떤 아저씨가 메스티아 간다고 내 배낭을 든다? 주그디디에서 갈아타지 않냐고 했더니 바로 간단다. 마르슈카에 2명이 타고 있어서 물었더니 메스티아로 바로 가는 게 맞단다. 본인들도 메스티아 간다고. 요금은 55라리(출발 전에 아저씨가 돈 받음).

'주그디디 메스티아'라고 적힌 승객들이 타고 있는 마르슈카도 있었는데 정원이 다 탔는지 점심을 먹고 오니 없었다. 일반 마르슈카보다 좀 더 큰 차가 장거리에 투입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아저씨가 12시에 출발한단다. 6시에 도착한다고. 안 서둘러도 됐네. 환전까지 하고 왔는데 오히려 버스 타고 오면서 봤던 환전소들보다 터미널 근처에 있는 환전소(커미션 없음) 환율이 10테트리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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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슈카 터미널 입구, 터미널 건물 내부, 근처 환전소


터미널 건물에도 식당이 몇 개 있는데 지난 번에 봐 뒀던 샤우르마를 먹으러 갔다(터미널 건물이 정면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좀 더 크다. 화장실(50테트리)도 있고. 시간이 많으니까 한 바퀴 돌면서 구경했다). 치킨 샤우르마를 파는데 숯불향이 가득해서 그런가 돼지고기 샤우르마와는 또다른 맛이었다. 맛있는데 가격도 싸~(샤우르마 small 사이즈 6라리, 빵에 고기 끼운 건 4라리) '다음에 또 와야지.'라는 다짐은 안 한다. 맛있긴 한데 도보 1~2분 거리 해변도 잘 안 가는데 여기까지 올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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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슈카 짐칸

 

마르슈카는 정원이 다 차지 않아도 12시 조금 지나서 출발했다. 터키 국경에서 탔던 돌무쉬만큼이나 내부가 좋았다. 의자도 뒤로 넘어가고. 그런데 주그디디에서 배낭을 멘 무리(4명)를 보더니 갑자기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 흥정을 했다. 이래서 경력직을 찾나 보다. 어떻게 배낭 멘 것만 보고 알지? 아저씨는 35라리, 무리 중 남자 한 명은 20라리. 그렇게 잠깐 말 몇 마디, 손짓 몇 번 하더니 20라리에 거래가 성사됐는지 다들 마르슈카에 탔다. 뭐죠 아저씨? 난 55라리 냈잖아요. 그래요, 1명이라도 더 태워 가는 게 낫죠. 그런데 이 무리 진짜 사람들이 한 마디를 안 쉬고 2시간 넘게 말하더라. 멀미 때문에 태국산 야돔 맡고 나부터 챙기느라 뭐라 말도 못 했다. 와.. 쓰바씨바 러시안 말 많고 시끄럽고 이렇게 선입견이 통념이 되는 거잖아요.

메스티아 오는 길에 마트(니코라)에 들러서 아저씨랑 다 같이 음료수랑 과일도 사고 아저씨 ATM 볼일도 보고 산길에서 10~15분 정도 쉬고. 산길이 정말 멀미를 안 하는 사람도 멀미를 부르는 그런 길이다. 아직 올라가는 중인데 내려갈 걱정부터 하게 되는 길이다. 왜 트빌리시, 쿠타이시에서 비행기 타고 오는지 알겠다. 다행히 아저씨가 운전을 거칠게 하지 않아서 바투미로 돌아갈 때도 아저씨가 언제 바투미로 가는지 물어볼랬는데.. 메스티아 메인 로드를 20분 남겨두고 차에서 연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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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티아 가는 길 휴게소, 차 사고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이 내리고 나도 내리는데 다급하게 나한테 뭐라고 한다. 빨리 내리라는 줄 알고 열리다 만 문 사이로 내렸다. 그리고 뒤따라 내리던 러시안 무리 중 한 명이 1리터 생수 2병을 급하게 건넸다. 알고 보니 자동차 부품에 불이 붙어 물을 찾는 거였다. 미안해요. 조지아어, 러시아어 못해서 못 알아들었어요. 연기 때문에 앞도 안 보이는데 위험하니까 빨리 내리라는 줄 알았어요. 아저씨 미안요.

 

여기서 잠깐!

내가 타 본 미니밴은 다 전동문이었다. 일반 봉고차처럼 손으로 열면 열리는 문인 차도 있을 수 있지만. 연기가 나자 아저씨도 급해서 바로 내렸는데 뒷문이 정말 일반 체형의 성인 한 명이 내리기도 불편한만큼 열렸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비행기에서 안내하듯이 짐은 놔두고 몸만 먼저 내려야 한다. 차가 폭발하지는 않겠지만 조지아에서 굴러다니는 차들은 낡고 오래된 차를 수리하고 또 수리해서 타기 때문에 빠른 행동 필수. 영화에서처럼 연기가 정말 많이 났다.


그렇게 차로 20분, 도보로 2시간 14분 거리를 남겨두고 다들 수리가 될 거라 믿었는지 아무도 히치하이킹을 시도하지 않고 기다렸다. 나만 길 가다 구경하던 사람들(차 세워 두고 와서 구경함)에게 거의 끝나가는지, 다른 차가 오는지 물어봤다. 나중에 아저씨 중 한 명한테 히치하이킹해야 되냐고 물었더니 ㅇㅇ 하라고.. 표정으로 말하는.
지나가는 차량들이 가다 말고 서서 관심도 가져주고 약 50분쯤 지나니 러시안 무리가 아저씨에게 뭐라고 하고는 배낭을 꺼내서 멘다. 나도 꺼내려고 가는데 지나던 차가 아저씨에게 무슨 일인지 묻는 듯했고 아저씨가 부탁해서 그 차가 우리를 메스티아 메인 로드까지 태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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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챙겨 내릴 준비를 해야 될 때


구름도 많고 오는 길에 비도 조금 왔지만 올라오니 날씨도 좋고 구름 사이로 하늘도 파래서 도착하면 해 지기 전에 둘러볼랬는데 오늘 안에 도착한 게 어디야. 

 

기록 정리

1. 바투미에서 메스티아행 마르슈카 타기
    - 캐이블카 근처 주차장이 아닌 Agricultural Market 근처 터미널로 가기
    - 사람들에게 메스티아로 가는 마르슈카 물어보기
    - 2022년 9월 탑승 기준, 주말 오후 12시에 출발하는 직행 있었음
    - 승객이 있으면 승객에게 한 번 더 확인
    - 오후 12시 출발, 오후 6시 도착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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