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등부터 시작해 팔로 이어지는 통증이 생겼다. 목 뒤쪽부터 내려오는 걸 보니 목 디스크인 것 같다. 목 디스크는 몰라도 허리 디스크는 알지. 한국에서 한 두 달 바짝 도수치료받으면 정말 신기하게도 2~3년 정도는 괜찮았다. 꾸준히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가다시피 했는데 물리치료+도수치료+운동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였을 정도.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 몇 가지를 배웠지만 운동 앞에서는 내 맘이 너무 간사해져서 통증이 사라졌다 싶음 운동도 안 하고 자세도 다시 망가지고 그런다. 그래서 이번에도 통증이 생겼을 때 아.. 목이구나 했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신경이 눌렸나 보구나 했다. 누워있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앉아있거나 서 있을 때는 통증이 등에도, 팔에도 나타났다. 몇 달 전에 손가락 끝이 저릴 때 운동 했어야 했는데..
이런 건 또 둔해서 잘 참는다. 그러다 통증이 조금 사라졌을 때 구글에서 바투미에 있는 물리치료실과 물리치료사를 검색해서 그중 한 곳을 방문했다. 해외장기체류보험도 있으니까. 작년에 제일 비싼 걸로 가입하고 한 번도 쓸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아직 코로나도 안 걸려서.
페이스북을 보니 올해로 10년째 운영 중이다. 일반 클리닉과는 달리 물리치료, 재활치료와 치료 마사지를 주로 하는 곳이었다. 길고 좁은 곳이었는데 1층에 리셉션과 대기할 수 있는 의자, 치료 기계가 하나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커튼으로 나뉜 공간마다 물리치료 기계와 침대가 놓여있었다. 비닐로 된 덧신은 필수가 아닌지 직원도 안 신고 신으라는 말도 없었고 몇 명만 신고 있었다.
등록을 하고 상담 후에 치료를 받을 줄 알았는데 리셉션 직원이 영어를 못해서 다른 직원과 영어로 전화 통화를 했다. 여기를 방문하기 전 며칠 동안 통증이 좀 심했던 터라 비싸겠지만 치료 마사지를 받고 싶어서 말했더니 알겠다고 10분 기다리란다. 등 마사지 30분에 60라리, 전신은 120라리. 난 등 마사지. 카드는 안 된대서 현금으로 결제. 계좌 이체도 가능.
치료 마사지를 해주시는 분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사람들이 투박한 기계로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미 구글에서 치료실과 치료 중인 환자 사진을 보고 가서 마사지 시작 전에 윗옷을 다 벗으라고 할 때 덜 놀랐다. 그래도 민망.. 아무것도 안 걸치고 뭘 주지도 않고 사우나도 아니고 음... 옷 벗으면 눕기도 전에 들어와서 누우라고 함. 바지도 속옷과 함께 엉덩이에 반쯤 걸칠 정도로 내려야 한다.
니트릴 장갑을 끼고 조금씩 오일을 바르면서 마사지 시작. 등뿐만 아니라 손, 팔, 목, 허리까지 상체를 다 마사지하는데 확실히 타이 마사지나 일반 마사지와는 다르다. 눈이 스르르 감기는 게 아니라 점점 정신이 또렷해진다. 처음에는 압이 약해서 잘못 온 건가 했는데 점점 조금씩 세지더니 마사지가 끝나기 5분쯤 전에는 좀 아픈데 말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압이 세졌다.
나올 때 다시 영어를 하는 직원과 통화하면서 다음 날 치료 일정에 대해 논의하기로 하고 다음 날 방문했는데 MRI가 있어야 어떤 치료를 할지, 얼마나 치료할지 정할 수 있단다. 통증 부위를 봐서는 목이 안 좋은 것 같은데 MRI가 없으면 자세히 알 수 없고 치료 마사지만 가능하다고. 보험사에 문의했을 때 치료 마사지는 보험 처리가 안 된다고 했는데. 한국은 X-Ray로 판별하던데 X-Ray 찍어서 가져와도 되는지 물어볼 걸 그랬나.
MRI 찍으려면 얼마나 하는지 물으니 현지인 기준 400라리이고 외국인은 좀 더 비쌀 거라고 아는 곳 연락처를 줄 수 있다고 한다. 난 놀라고 어이없어서 웃고 말해주는 사람은 본인도 어이없는지 웃고. 400라리면 전쟁 전 외국인이 몰려오지 않았던 비수기 때의 바투미 월세다. 그때 현지인은 200~250라리의 집을 구하던데.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비싸지 않지만 현지 물가라는 게 있는데.
마사지 때문인지 시간이 지나서인지 통증이 줄어서 생각해 보겠다고만 하고 나왔다. 보험이 있는데 왜 치료를 못 받니. 당분간 자세 바로 하고 스트레칭도 해야겠다. 다음에 또 통증이 생기면 X-Ray 찍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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