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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바투미

바투미ㅣ바투미에서 집 구하기 1(feat. 고려 사항)

by 지도 보는 코끼리 2022. 10. 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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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바투미에서 집을 구하지만 이건 조지아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든 고려한다. 

 

처음 바투미에 왔을 때 에어비앤비를 예약했고 도착 당일 까르푸에서 장을 본 후 숙소에만 있었다. 날씨도 안 좋았고 비가 오기도 했고. 핑계지. 잘 안 나간다. 해외 나왔다고 다를까. 그렇게 장 봐 온 걸로 숙소에만 있다가 이러다 1주일 더 여기에 있겠다 싶어서 도착 3일째부터였나.. 지도를 보고 블로그 글도 참고하고, 뉴 바투미를 돌아다니면서 어느 동네에 집을 구 할 건지, 어느 건물, 어느 위치가 마음에 드는지 탐색을 시작했다. 결국 바투미 도착 1주일 만에 집 구해서 이사 왔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서 선택지가 적지만 그래도 고려해야 될 사항은 크게 다르지 않을 듯.

 

월세는 요즘 터무니없이 많이 올라서 어느 동네가 얼마인지 운운하는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예산에 맞고 괜찮아 보이는 집이 있으면 이사 가는 거지.

 

 

동네 둘러보기

 

바투미는 크게 올드 바투미와 뉴 바투미로 나뉘어 있는데 집 구할 때는 세 구역으로 나누어서 보게 된다. 1번 구역이 올드 바투미, 3번 구역이 뉴 바투미, 2번 구역이 그 중간. 편의상 내가 나눈 기준일뿐 정확히 어디까지가 뉴 바투미 인지도 모른다.

 

바투미 지도
바투미 지도

 

1번 구역

해변가 근처엔 호텔과 높은 빌딩도 있지만 주거 지역은 5층도 안 되는 낮은 건물도 많이 보인다. 유럽 스퀘어를 비롯해 볼거리나 맛집, 바 등이 몰려있다. 여행으로 와서 3~4일 짧게 머문다면 여기에 숙소를 구했을 것 같다.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유럽 분위기 나고 맥도널드, KFC, 샤우르마, 로컬 식당 다 있으니까.

 

2번 구역 

6 May Park와 은행, 우체국, 슈퍼마켓, 식당 등 생활 편의 시설이 많이 몰려있으며 구식 건물과 신식 건물이 섞여있다. 어디로 가든 접근성이 좋다. 6 May Park와 바로 맞닿은 아파트는 다른 곳보다 월세가 조금 더 싸게 나온대도 선뜻 못 가겠다. 겨울이라도 날씨가 좋으면 공원에서 유원지급 놀이기구를 운행하는데 방음이 잘 되려나..  부동산 사이트에는 괜찮은 가격대의 괜찮은 매물이 잘 안 올라오는 것 같다. 울 동네도 좋지만 이 구역으로 이사 가고 싶다. 

 

3번 구역

까르푸로의 접근성이 좋고 신식 건물이 많다. 조지아에서 큰 건설사 중 하나라는 '오르비'의 이름을 달고 있는 주거형 투자 건물이 많다. 오르비 시티, 오르비 비치 타워, 오르비 레지던스 등. 신식 건물은 실거주보다 투자용 부동산이 많은지 성수기에도 불이 꺼진 집이 많이 보였다. 성수기인 여름에는 다른 구역보다 월세 상승세가 높은 듯.

 

성수기에는 해변 근처 1열(해변과 가장 가깝게 맞닿은 위치)에 있는 건물은 시끄러울 듯. 특히, 오르비 씨타워는 길 건너 식당에서 새벽까지 음악을 크게 틀어 소음 때문에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 없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서 종종 봤었다. 성수기, 비수기 상관없이 생일 축하용인지 자정 전후로 폭죽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한다. 성수기가 아니어도 밤 늦게 또는 아침 일찍 고성방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동네만 그런가.. 난 우리 동네 좋은데 이런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3번 구역 밑으로 메트로 시티 쇼핑몰 근처는 개인적으로 별로. 버스나 택시 타고 다니면 된다지만 중심가와 멀고 주위에 공사 중인 건물이 많다. 중국 마트가 2군데 있는데 지금은 장사가 안 되는지 문을 닫을 때가 많거나 처음 오픈 때와는 달리 살만한 물건이 거의 없었다.  

 

 

올드 바투미는 말 그대로 구시가지여서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이 많다기에 고려하지도 않았다. 집을 찾을 때 고려하는 건 한국이나 해외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차이점은 한국에서는 운전을 하지만 여기서는 뚜벅이라는 거. 해변과 가까운지는 우선순위도 아니었다. 집을 구하고 보니 가까운 거지.

 

그리고 겨울에 눈이 쌓일 만큼 왔을 때 다녀보니 뉴 바투미 일부 지역과 까르푸 근처, 올드 바투미는 며칠이 지나도록 제설 작업이 많이 안 되어 있었고 넘어지는 사람도 봤다. 나도 살금살금 조심조심 걸어 다님.

 

 

집 구할 때 고려사항

 

1) 건물

 

처음부터 구소련 시대에나 지어졌을 법한 건물이나 5층 이하의 아파트는 생각도 안 했다. 조금 낡아 보여도 현대식 건물을 눈여겨봤다. 층수가 낮으면 엘리베이터가 없을 것 같았고 다니면서 보니 벽에 플레이트 판이 덧대어진 건물이 많이 보였다. 그럼 바람은 둘째치고 비가 오면 빗소리 때문에 잠을 설칠 수 있다. 건물이 높아도 낡은 경우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동전을 넣어야 될 수도 있다. 신식 건물은 무료이거나 유료 카드 충전해서 호텔 엘리베이터처럼 카드 찍음. 

 

개인적으로 로비(한국식으로 1층)가 밝은 건물을 선호한다. 어두운 것보다는 뭔가 더 안전함도 느껴지고. 집이 나쁘지 않고 로비에 경비아저씨가 있어도 로비가 어두운 곳은 제외했다. 메리어트 호텔 옆에 있는 방파제에 쌓아두는 콘크리트 구조물처럼 생긴 건물이 낮인데도 로비가 어두웠다(작년 기준, 지금은 모름).

 

특히, 바투미에서 집을 구할 땐 주위에 공사 중인 건물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사가 진행 중인지, 중단됐는지 알 수가 없어 바로 근처에 공사 중인 건물이 없는 곳으로 알아봤다. 건물 바로 앞뒤 옆이 아니어도, 문과 창문을 다 닫아도 공사 소리가 들린다. 공사 중인 건물이라고 해서 공사가 진행 중인 건 아니다. 처음 왔을 때 공사 중이던 건물이 1년이 다 되도록 공사가 중단된 건물도 많이 보인다. 

 

이런 조건 다 맞아도 정작 같은 건물에서 리모델링한다고 시끄러울 수 있다.

 

실내는 해가 잘 드는지, 곰팡이 냄새는 안 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남향이면 해가 잘 들어와서 좋겠지만 남향이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해가 드는 집을 원했는데 잘 없었다. 남향이어도 주위에 더 큰 건물이 있어서 낮에도 해가 안 드는 건물이 있더라.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에 가봐야 된다. 안에는 못 보니까 밖에서 확인했다.

 

해가 잘 드는 집은 예산보다 비싸기도 했고 저 건물은 해가 드네 싶으면 주위에 공사 중인 건물이 있거나 공사 때문에 시끄러웠다. 해가 적게 들어도 이 정도는 환기하면 되겠다 싶은 집을 골랐다. 그런데 우리 집은 건물 자체가 추워서 발코니에 있는 게 더 따뜻할 때도 있다. 건물이 추워서 에어컨도 자주 안 틀다 보니 여름인데도 전기료 최저 찍음. 추위를 많이 타서 그렇겠지.

 

 

2) 동네 인프라

 

원하는 숙소 건물 근처에 슈퍼, 약국, 버스 정류장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다. 구글 지도에서 스트리트뷰로 봐도 되는데 뉴 바투미는 큰 길만 나와서 숙소에서는 스트리트뷰로 보고 길도 익힐 겸 걸어 다니면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봤다. 

 

슈퍼가 왜 중요할까? 자주 가지 않더라도 집 주변에 슈퍼가 있는 것을 선호한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특히 생수 때문에(물 배달 서비스가 있으면 주문을 하겠지만 내가 못 본 건지 생수 배달하는 사람도, 차도 못 봤다). 사놓은 물도 떨어지고 나가기 귀찮으면 수돗물 한 컵 끓여서 마시기도 하는데 보통은 슈퍼에서 사 마시니까. 처음엔 1.5리터로 시작했지만 이젠 그것도 귀찮아서 10리터짜리 산다. 더 싸고 한 번이라도 덜 나가고. 읭? 그렇다고.

 

크지도 않은 바투미인데 버스를 탔다는 건 걷기 싫거나 피곤하다는 얘기겠지. 버스에서 내렸는데 집까지 멀다? 더 싫다. 버스가 1~2대만 다닌다고 해도 정류장이 집 근처에 있는 게 좋다.

 

 

3) 동네 분위기

 

하루 이틀, 한 두 달만 살 것도 아니어서 동네 분위기가 어떤지 확인했다. 건물 근처에 학교나 관공서, 경찰서가 있는지, 아이나 청소년이 많이 보이는지, 거리에 어떤 종류의 가게가 많은지, 해가 져도 거리가 밝고 사람이 많은지 등등. 편견일 수 있지만 학교가 있고 아이들이 많다는 건 현지인이 많이 살고 있는 주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숙소로 와서 부동산 사이트를 검색했다. 검색한다고 또 숙소에만 있고. 페이스북에서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메시지를 남겨도 답장 안 오고 허위 매물이더라는 글도 몇 번 봤는데 난 운이 좋았는지 내가 연락한 사람 중 2~3명만 연락이 안 됐고 나머지는 다 답장이 왔다. 연락한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는 게 함정. 그만큼 원하는 동네나 건물이 확실했다.

 

귀차니즘에 집을 늦게 알아봐서 에어비앤비도 연장한 터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바로 이사 갈 수 있는 집을 원했다. 원하는 건물에 월세도 괜찮은 집들은 입주일이 늦었고, 사진으로 괜찮아서 보러 간 집들은 깨끗하지만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발코니 바로 맞은편에서 공사 중이었다(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건물 계속 공사 안 하더라). 마지막으로 곰팡이 냄새만 안 나도 바로 계약할 거라고 결심하고 보러 온 집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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